진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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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목정성지

범굴

“또 피신하여 세 집 식구가 ...... 단수골 범굴에 이르러 성모호칭기도를 외워 기도하고 범굴 앞에서 발을 굴러 이 굴에 사는 임자가 있거든 우리 난처한 사람들을 생각하여 조금 비켜주기 바란다 하고 기다리고 서 있는데 큰 호랑이가 나서더니 기지개를 하면서 사람들을 둘러보고 나간 후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굴에서 거의 2년간 근방 동네에 밥을 얻어먹고 혹은 신발도 삼아 팔고 살다가 발각되어 경주 포졸에게 잡혀......”

(허야고보의 딸 콜롬바의 증언)

1932년 세분의 유해를 대구교구 공동묘지(감천리)로 옮겨간 뒤로는 세 분의 복자들이 체포된 범굴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1950년 민족의 아픔인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 이 지역에서는 운문산을 중심으로 하여 무장공비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였다.
정부에서는 공비와 주민들 간의 접촉을 차단하고 공비들의 은신처가 될만한 곳을 제거하기 위해 독가촌 철거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범굴도 폭파의 대상이 되었다. 국군의 동굴 폭파로 인하여 범굴은 입구에서부터 상당부분이 함몰이 되었으며 동굴의 뒷부분 일부만 남아있게 되었다.

1974년 서정길 대주교님은 경주성당(현 경주 성동성당)을 방문하신 자리에서 범굴과 진목정에 대하여 관심을 나타내신 적이 있다. 당시 경주성당의 이성우 아길로 신부님은 순교자 성월에 경주, 포항, 안강 세 개 성당 합동으로 빌기에서 시작하여 도보로 빌기고개를 넘어 진목정 순교자 묘까지 가는 성지순례를 3년 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범굴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였으나 범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다.

이성우 신부님이 타 본당으로 인사발령이 나고 진목정 공소에 대한 관할권도 경주 성건 성당으로 이전되면서 세 분 순교자에 대한 현양 활동은 잠시 정체기를 나타내게 되었다.

채영희 요셉 신부님 대에 이르러서 다시 활기를 찾게 되었고 오랜 노력 끝에 (단석산 일대에서는 유명한 포수였던 엄포수를 따라 다니며 단석산의 모든 골짜기를 누비고 다녔던 소태 사람 김제규 옹의 도움으로) 소태동 단석골 범굴의 위치를 찾아내게 되었다. 채영희 신부님이 범굴의 개발에 대하여 고민 하던 중 1989년 사순시기(3월 10일)에 진목정 공소에 성지순례를 온 포철가톨릭교우회원들을 만나게 되고, 포철가톨릭교우회는 신부님의 요청에 순명하여 범굴개발에 나서게 되었다.

포철가톨릭교우회에서는 진목정 성지 동굴 개발팀을 구성하여 4월 16일에 동굴내부로 진입하는데 성공함으로서 범굴개발의 첫 활동이 시작되었다. 1989년 4월 16일부터 1990년 3월 18일까지 주말을 이용하여 연 인원 700여명이 총 14차에 걸친 개발활동을 펼쳤는데 1차적으로 동굴 내부를 측량, 촬영, 스케치를 하였다.
그리고 동굴까지의 산길 조성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주를 확인하여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

채영희 신부님과 포철가톨릭교우회장 최휘철 네레오 형제의 노력으로 토지소유주인 서울에 거주하는 반경희 오틸리아 자매님과 연락이 되었으며, 반경희 오틸리아 자매는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성지 개발이라고 하는 영광된 일에 쓰여 진다면 그보다 더 큰 은총은 없다며 흔쾌히 토지를 기증하여 주었다.

토지사용문제가 해결이 되면서 포철가톨릭교우회의 교우들은 발전기와 체인블록, 암설파괴용 약제 들을 동원하여서 십자가의 길을 조성하고 우물터를 발견하여 수질 검사를 하였으며, 동굴 앞에서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도록 평지를 조성하였다.

1990년 4월에 당시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께 개발보고 상황을 브리핑하였고, 그해 7월 포철가톨릭교우회는 범굴에 대한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2011년 3월 ‘진목정 성지개발위원회’가 발족하고 성지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범굴에 오르는 길을 새로 조성하였고, 과거 개발을 도왔던 포철가톨릭교우회 팀과 만나 범굴개발을 위한 계획을 논의하였다. 경주지진과 태풍의 영향으로 더욱 심하게 유실된 범굴복원을 위해 작업을 하게 된다면 산사태의 우려가 있으므로 범굴복원은 하지 않기로 하였고, 대신 진목정순교자기념성당 근처에 개발될 순례자의 집에 범굴모형의 동굴을 마련하여 세분 순교자 가족이 살았던 당시의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2020년 순례자의 집을 설계하면서 이러한 의견은 반영되었고, 2021년 범굴모형의 동굴과 묵상소를 갖춘 순례자의 집'(진목 Albergue)' 건축을 시작하였다.
가파른 산 중턱, 물을 얻고 동네를 다니기 위해서 오르내려야 했던 동굴을 직접 체험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순례자의 집에 조성될 범굴모형의 동굴과 묵상소를 통해 순례자들은 순교자들의 삶을 체험하고 묵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순교자 기념성당

진목정성지 성당은 병인박해 150주년을 기념하고 동시에 세분 복자의 순교 150주년을 기념하여 세분의 순교정신을 기리고 본받기 위하여 “순교자기념성당”이란 이름으로 건축하여 봉헌하였다 (2017. 05.20).
이 성전의 외관은 신앙인들이 추구해야할 여덟가지 행복(진복팔단)을 되새기고자 팔각모양으로 디자인하였고, 성전의 내부는 그 가르침대로 따라 삶을 봉헌하며 산 이는 천국의 영광을 누리게 됨을 생각하도록 전면을 성전, 후면을 하늘원(봉안당)으로 조성되어 있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살릴 것이다(요한 6,40)”라고 머릿돌에 새겨진 것처럼 여기에 봉안되는 모든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행복에 들기를 기도하는 우리의 소망을 담고 있다.
신자들이 이 성전을 방문할 때 각자의 죽음을 되새기며 신앙의 자세를 새로이 할 수 있도록, 또한 죽은 이들을 위해 미사와 기도를 봉헌할 수 있도록 건축되었다.

성전 앞마당 우측 끝부분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순교자 묘소가 있다.